[한경닷컴]이란 대통령 선거 문제를 둘러싼 영국과 이란간 외교분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29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은 이란 정부가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의 현지인 직원들을 부정선거 항의시위에 개입한 혐의로 체포한데 대해 “받아들일수 없는 협박”이라며 격분했다.체포된 8명의 직원들은 대사관에서 이란 정치와 관련된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더 타임스는 체포된 8명중 4명은 곧 석방됐지만 아직 풀려나지 않은 직원들은 테헤란의 반정부 시위에 공모했다고 ‘자백’할 것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코르푸에서 열린 나토·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대사관이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시위의 배후에 있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도 체포된 직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며 테헤란 주재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협박은 “강력하고 집단적인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더 타임스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만약 영국이 대사관을 폐쇄할 경우 다른 26개 EU 회원국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양국간 갈등은 지난 19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테헤란대학 연설 이후 증폭됐다.하메네이는 시민들의 시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서방 국가들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가장 사악한 나라는 영국”이라고 맹비난했다.지난 23일엔 이란이 스파인 혐의로 영국 외교관을 추방키로 하자 영국도 이란 외교관을 맞추방키로 하는 등 양국의 갈등은 깊어져왔다.AP통신은 이와 관련,이란의 ‘거대한 사탄’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당국의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이란 시민들의 시위는 28일에도 계속됐다.이날 오후 테헤란 북부 고바 이슬람사원 인근에선 30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