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규제와 단속 일변도였던 아프가니스탄 마약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리처드 홀브룩 미 아프간ㆍ파키스탄 특사는 전날 열린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회담에 참석해 "양귀비 생산을 규제하는 지금까지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홀브룩 특사는 "그동안 추진해온 양귀비 근절 대책은 탈레반이 마약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을 단 1달러도 줄이지 못했다"며 "양귀비 재배를 단속하면 농부들은 경작지를 옮겨 다시 재배에 나선다.

이런 정책으로는 탈레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이런 정책은 농민들만 고통스럽게 했고, 탈레반이 (농민을) 대원으로 고용하는 것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은 가장 비효율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홀브룩 특사는 따라서 앞으로는 아프간에서의 양귀비 경작지 단속 정책은 사라질 것이며, 대신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양귀비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토록 하는데 초점이 맞추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G8 외무장관회담 참석자들도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미군이 벌여온 양귀비 근절책을 "비극적인 웃음거리"라며 미국의 마약 정책 선회를 반겼다.

유엔마약통제프로그램(UNODC)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현재 아프간에서 재배된 양귀비로 만들어진 아편 규모는 8천200t으로 전 세계 총생산의 93%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40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은 마약 밀거래 등을 통해 연간 1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