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도 고유가시대에 적극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말 유가예측 전망치를 배럴당 65달러에서 85달러로 올리고,내년 상반기 90달러,하반기 95달러로 조정했다. 세계 경제가 올 하반기 중 안정될 것이라는 점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더구나 내년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돼 석유수요가 증가할 경우 OPEC이 추가 생산할 여력은 별로 없으며,다른 국가들도 석유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감축으로 생산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골드만 삭스의 이러한 예측에 대해 시장은 일단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레저분야가 위축되고 전반적인 경제심리도 가라앉으면서 석유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골드만 삭스는 지난해에도 원유가격이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유가 전망 보고서를 내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에도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일 것이다.

지난해 초 미국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유전 및 관련회사에 대한 인수합병을 계속하자 미국 펀드들이 유가지수나 선물이 상승하는 쪽에 베팅을 했다. 그런데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된 후 국제적인 경기침체 상황을 보고 작년 하반기에 헤지펀드들이 유가하락에 베팅을 한 것이다. 그래서 4개월 만에 유가가 143달러에서 37달러로까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근래 들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고 있고 국제유가가 저평가돼 있으며 메이저 정유회사들이 신규 유전개발을 줄이고 있는 것 등을 이유로 많은 펀드들이 또다시 유가상승에 베팅을 한 것이다.

최근의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번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에너지 정책보고서'에서도 미국의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선이 돼야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산업간의 균형이 잡힐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도 이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경제운용 계획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 이명박 정부가 그린에너지 산업 전반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어느 부문이 우리나라 내수로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그리고 어떤 부문이 외국에 수출을 하는 방향으로 육성해야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원자력 기술의 경우 내수와 수출 양쪽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도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규모 원자력 플랜트 수출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각종 지원을 확대 강화해야 될 것이다.

태양력,풍력,조력 등은 우리나라에서 일부 사용은 가능하지만 내수 입지 조건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시험한 기술을 외국에 수출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 연료의 경우 당분간은 그 원료를 거의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므로 조금은 갑갑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국제적 의무의 이행이 눈 앞에 다가오는 만큼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5~7년 이후를 내다보고 셀룰로스에서 에탄올이나 가솔린 유사물질을 직접 추출하거나 녹조를 이용해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두 가지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 신기술 개발을 위한 그린 뉴딜계획들이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공석환 <加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