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은 한국 팬들에게도 충격을 안겼다.

잭슨이 1970~1990년대를 아우르며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기에 인터넷에는 '그는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부심과 행복을 준 사람', '100년, 1천년에 나오기 힘든 팝의 천재', '진정한 월드스타' 등 애도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잭슨은 한국 팬들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1996년 서울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고 1997년 11월 무주리조트 투자협의,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축하 등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팬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건 아들 프린스, 딸 패리스를 동행한 1999년 네번째 방문.
잭슨은 그해 6월25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세계전쟁희생자 및 불우어린이돕기 자선공연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을 개최했다.

'친구들'로는 머라이어 캐리, 루더 밴드로스, 보이즈투멘 등 최고의 팝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으며 대만의 코코리, 홍콩의 리밍(黎明) 등 중국어권 가수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H.O.T와 S.E.S가 참여했다.

4만여 관중이 모인 이날 공연은 '지상 최대의 쇼', '금세기 마지막 빅 이벤트'라는 찬사답게 수준 높은 음악과 400톤의 대규모 자재가 투입된 무대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이클 잭슨의 무대였다.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 '빌리 진(Billie Jean)', '어스 송(Earth Song)' 등을 독창으로 부른 그는 이어 머라이어 캐리와 듀엣곡을 불렀고 관객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그는 대표곡 '유아 낫 어론(You Are Not Alone)'으로 화답해 큰 박수를 받았다.

내한 당시 잭슨은 한국 어린이들과 나들이를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공연 3일 전인 6월22일 국내 보육 시설의 어린이들과 함께, 첫 내한 공연 당시 방문했던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 타워레코드를 찾았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도 방문했다.

자신의 사진과 손도장이 담긴 에버랜드 동판 제막식에 참가한 그는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한국을 정말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잭슨의 주위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마이클'을 소리 높여 외쳤고 그는 몰려드는 어린이들에게 손키스를 던지며 화답하는 친절함도 보였다.

또 그는 공연 전 서면 메시지를 통해 "이번 공연을 통해 세계 유일의 분단 민족인 한국 민족의 고충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길 바란다"며 "독일처럼 한국도 곧 통일이 되길 희망하며 그날 다시 여러분과 만날 것을 약속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잭슨은 한국에서 공연을 펼친 지 만 10년이 되는 그날 세상을 떠났고, 약속은 끝내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