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미국 정부에 시장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는 출구전략을 짜라고 권고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출입기자단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연내에 1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등 경기가 실질적인 회복국면에 도달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로선 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1차 경기부양책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787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법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당시 이런 경기부양책이 실업률을 8% 이내로 묶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7년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인들 중 약 6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5월 현재 실업률은 25년여 만에 가장 높은 9.4%를 기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가 회복국면에 안착하기 전에 실업률이 계속 상승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경기침체의 깊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아 정부가 초기 경기지표 전망에서 실업률을 놓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동안 이룩한 진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선 현장으로 경기부양 자금을 푸는 속도를 높이고,기존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택압류건은 지난 5월 석 달 연속 30만건을 초과,전체적으로 18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 주택의 중간가격은 2006년 7월 최고치에서 26%나 하락했다.

이와 관련,마크 잔디 무디스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진입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추가 경기부양책이 정부의 주요 아젠다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RBS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부양책이 아직 경기회복의 촉진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섣불리 추가 부양에 나섰다가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부담을 주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일을 잘 했다"고 평가했지만 재임명 여부는 언급하길 꺼렸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