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최근 치러진 이란 대선과 관련해 광범위하고도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란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 사태에 대한 그동안의 신중한 태도를 바꿔 이례적으로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란 정권을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철권(iron fist)도 전 세계가 정의롭고 평화로운 시위자들의 실상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보수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물론 이란 신정체제의 핵심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직설적 표현으로 겨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수의 이란 국민들이 이번 선거가 합법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라며 "시위가 국지적인 것도 아니고,이곳저곳에서 나오는 불평 수준도 아니다"고 선거 합법성에 대한 의문을 거듭 지적했다. 시위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이란 여성 네다의 동영상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고 무고한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미국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와 더 타임스 등 서방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철권 통치에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에선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 세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이란 주재 영국 외교관 2명에 대해 스파이 혐의로 추방령을 내렸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 정부도 영국 주재 이란 외교관 2명을 추방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