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서 23일 오전 6시(한국시간·현지시간 22일 오후 5시) 지하철 2대가 충돌해 최소 6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미국 AP통신, FOX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충돌사고는 워싱턴 DC와 메릴랜드를 잇는 지하철 메트로 레드라인 노선의 포트 토튼 역과 타코마 역 사이의 워싱턴 북동쪽 지상구간에서 이용자가 급증하는 퇴근시간대에 발생했다.

외신들은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두 열차는 같은 방향의 철도를 나란히 달리고 있었으며 뒤따라오던 차량이 앞차량과 충돌해 탈선했다고 보도했다. 6량의 객차는 충돌 후 크게 파손되며 선로에서 튕겨 나갔다. 한 열차의 잔해는 다른 열차 위에 '올라탄' 상태로 남아있다.

한 목격자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충돌한 열차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갈기갈기 찢어졌다"고 말했다.

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었던 한 생존자는 "열차 안에 앉아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가 무언가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의자에서 튕겨나가 머리를 부딪혔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생존자는 또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로 여기관사를 포함해 6명이 숨지고 76명이 부상했다.부상자 가운데 6명은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서진 객차에 갇힌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워싱턴과 메릴랜드, 버지니아의 소방대원 200여명이 동원돼 밤늦게까지 구조작업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밤 긴급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현장의 구조대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 사고로 워싱턴과 메릴랜드를 잇는 구간의 전철 운행이 중단돼 퇴근길 시민이큰 불편을 겪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각 열차에는 최대 1200명이 탈 수 있었으나 퇴근시간 대에 도심방향 열차에서 사고가 나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애드리언 펜티 워싱턴 시장은 사망자 수를 발표하면서 워싱턴 지하철 33년 사상최악의 사고라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은 현재까지 지하철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중상자 가운데 한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국토안보부 에이미 쿠다 대변인은 사고 발생 후 약 2시간만에 성명을 통해 "테러와 연관되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지하철 충돌사고는 지난 15년 간 3번째다.지난 2004년에는 워싱턴 우들리파크 역에서 후진하던 열차 한 대가 다가오던 다른 열차에 부딪혀 20명의 부상자를 내기도 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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