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헌법개정으로 의회연설 길 터
녹색.공산당은 연설 보이콧..사회당도 비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상ㆍ하원 합동회의에 출석해 연설을 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1848년 제2공화정의 샤를-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당시 대통령 이후 처음이라고 일간 르파리지앵 등 언론들이 전했다.

대통령의 의회 출석 및 연설권은 지금까지 헌법의 정부-의회 분립 규정에 따라 금지돼 오다가 작년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도한 헌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된 것이다.

개정 헌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의회에 출석해 정부의 정책을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헌정사상 161년 만에 처음 이뤄진 이날 대통령의 의회 출석ㆍ연설은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한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대통령이 필요시 의회에 출석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작년 개헌안 표결 당시에도 야당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독재를 위한 개헌"이라며 일제히 반대표를 던졌었다.

이날 연설에서도 이런 야당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녹색당과 공산당은 아예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했다.

제1야당인 사회당은 의회에 출석해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는 했으나 항의의 표시로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토론에 불참했다.

2007년 5월 취임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세계 경제위기 이후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으나 최근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뒤 45∼48%까지 지지율을 회복했다.

이날 의회 연설에서 그는 24일 개각을 단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개각의 폭과 대상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라시다 다티의 뒤를 이을 후임 법무장관 임명이 개각의 골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계기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틀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