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아니라 '다이너마이트 코리아(Dynamite Korea)' 같다. "

한국에 주재한 경험이 있는 한 일본 외교관이 농담처럼 던진 말이다. 최근 안팎으로 어수선한 한국 정세를 얘기하다 툭 던진 말에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국가브랜드인 다이내믹 코리아를 외국인들은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

곰곰 생각해보면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나라로 비칠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툭하면 붉은띠 두르고 파업을 벌이는 노조,서울 중심가 한복판에서 불법 폭력시위가 난무하는 국가를 외국인들이 그저 '다이내믹한 나라'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순진한 희망사항이다.

최근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가 21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며 남긴 '마지막 충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과격한 노조투쟁과 시위문화에 외국인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 문제만 해결돼도 한국의 투자매력이 올라갈 것이다. "

외국인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턱없이 낮게 평가된다. 국제적인 국가브랜드지수(NBI) 순위에서 한국은 50개국 중 33위에 그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세계 15위,무역 규모로는 10위권대에 오른 경제강국이지만 '코리아'란 브랜드는 국제사회에서 경제력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하면 '세계 최강 국가',일본은 '제조업이 강하고 친절한 나라',프랑스는 '예술과 패션의 나라'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있지만 한국은 '왠지 불안한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퍼져 있는 결과다.

작년 말과 올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국 언론들이 '한국 경제 위기론'을 들먹일 때 우린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그런 보도엔 한국의 불안한 이미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한국은 1997년 말 국가부도 직전의 외환위기까지 겪어 그 트라우마(정신적인 상처)가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 때문에 모든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정부가 해외에 집중 홍보한 다이내믹 코리아는 한국의 역동성과 활력을 상징하는 말이다. IT(정보기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모든 것이 신속한 한국만의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공들여 채택한 브랜드다.

안타까운 건 우린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나라라고 홍보하기 위해 다이내믹이란 브랜드를 썼지만,정작 외국인들은 변동성이 강해 불안한 나라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미지와 브랜드를 앞세워 외국 기업에 한국 투자를 해달라는 건 모순이다. 더구나 다이내믹이란 말은 선진성과도 거리가 멀다. 개발도상국의 이미지로는 적절한지 모르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진국가 이미지는 아니다. 선진국의 기본 특징 중 하나는 '안정'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국가를 지향할 것인지,어떤 이미지로 외국에 받아들여지고 싶은지,그에 적합한 브랜드는 무엇인지 심각히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최소한 '다이너마이트 코리아'란 비아냥은 듣지 않도록 말이다.

도쿄=차병석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