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금융규제·감독 개혁안 가운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권한 강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번 개혁안은 금리·통화정책 결정이라는 FRB 고유의 권한에 더 얹어 금융시스템 전반을 규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FRB에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구체적으로는 은행지주회사를 감독할 수 있는 제한적인 현행 권한을 넘어 비은행권인 대형 보험사,대형 헤지펀드까지 총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규모가 크고,복잡한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대형 금융사들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는 FRB의 권한 확대에 대한 반발을 피하기 위해 FRB의 금융상품 감독권을 신설하는 소비자금융보호청에 넘기기로 했습니다.또 긴급 대출권 사용은 재무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이 가운데 금융상품 감독권 이전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강력히 반대했던 사안이었습니다.그는 금융소비자와 직결돼 있는 금융상품 감독권을 내주면 어떻게 대형 금융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조차 FRB의 권한 확대 개혁안에 불만을 쏟아냈습니다.상원 금융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 민주당 의원은 “자동차 사고를 낸 아들에게 부모가 또 다시 덩치가 더 크고,속도가 더 빠른 자동차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습니다.기존의 권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금융위기를 당한 FRB에 더 큰 권한을 주는 꼴이라는 얘기입니다.이를테면 FRB는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것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원의 론 폴 공화당 의원은 FRB의 권한이 커지면 의회의 감사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그가 추진 중인 관련 입법안에는 하원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234명의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습니다.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FRB의 권한이 강해질 경우 국민들의 알권리도 커진다면서 폴 의원의 입법안을 사실상 지지했습니다.FRB가 의회로부터 감사를 받게 되면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도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혁안을 주도한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금융시스템 감독권한과 중앙은행 고유 권한을 분리한 국가들은 금융위기가 더 심화됐다고 반박했습니다.금융사 규제와 감독 권한을 FRB에 집중시키지 않고서는 금융위기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예전처럼 시장이 자율규제로 사고를 친 후 정부가 뒤늦게 개입해 난장판을 청소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라고 FRB 권한 강화를 옹호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 행정부의 FRB 권한 확대 개혁안은 앞으로 의회에서 더욱 격렬한 논란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원안대로 통과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버냉키 FRB 의장은 클린턴 전 정부 시절에 재무부 최고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인물을 고용해 의회 로비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