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국영TV "폭도들, 모스크.주유소 방화"

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에서 군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19일 시위를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개혁파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시위를 중단하지 않아 더 큰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 20일 하루에만 10여명 사망 = 이란 경찰은 하메네이의 연설 이후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3천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은 20일에도 엥겔랍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과 민병대는 물대포와 최루탄을 이용, 강제해산을 시도했으며 계속 저항하는 시민들에게는 곤봉으로 무차별 폭행하는 등 시위를 강경진압했다.

이란 프레스TV는 이날 시위 과정에서 최소 13명이 숨지는 등 지난 13일 첫 시위 이후 적어도 1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프레스TV는 또 시위대를 `폭도'로 표현하면서 이들이 테헤란 서부에 있는 로라가르 모스크에 방화하고 주유소 2곳을 불태웠으며 군 초소도 습격했다고 덧붙였다.

◇ 국제사회 우려 증가 = 유혈사태로 인명피해가 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방은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고 재검표를 수용하라고 이란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21일 성명을 통해 "이란 시위대가 외국 국가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주장을 단호히 일축한다"면서 영국은 이란 국민이 자신들의 정부를 선택해야 한다는데 단호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성명을 통해 "독일은 표현 및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이란 국민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탈리아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이란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이란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 대해 이란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서방의 요구를 일축했다.

◇ 라프산자니에게도 예봉 = 개혁파 지지 인사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이란 핵심 권력자 중 1명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에게도 미치고 있다.

이란 보안당국은 20일 시위때 군중을 선동한 혐의로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를 체포했다고 이란 뉴스통신 파르스가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파 라프산자니는 아마디네자드가 TV토론회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하메네이에게 찾아가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등 현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현재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라프산자니는 여전히 이란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어서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 언론탄압 강화 = 이란 당국은 테헤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외신 구분 없이 언론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자국 내 개혁 성향의 언론인에 대한 체포령을 발령, 지난 20일 최소 2명을 연행한데 이어 21일에는 BBC 테헤란특파원에게 추방을 명령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란 당국은 외신기자들의 집회 취재를 원천봉쇄하고 있으며 앞서 네덜란드, 벨기에 취재진을 추방 또는 억류하기도 했다.

(카이로.테헤란연합뉴스) 고웅석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