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피터 드러커의 학문적 성과를 대표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그에 필요한 인적,물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드러커가 말하는 혁신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혁신을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하면 이 또한 혁신에 대한 오해다. 오히려 진정한 혁신은 작고 쉬운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드러커는 설파했다.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이사장 조동성 서울대 교수)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한 '피터 드러커 탄생 100년 기념 컨퍼런스' 둘째날인 17일 피터 드러커의 사상에 대해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릭 와츠만 미국 드러커인스티튜트 회장은 "혁신을 하려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너무 멀리 내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은 혁신을 시작한 첫날부터 의미를 가져야 한다"며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혁신은 그저 훌륭한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드러커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너무 쉬운 건데 왜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평가를 받는 혁신이 가장 훌륭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큰 것이 아닌 작은 것,남이 아닌 나부터 실천해서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진정한 혁신이라는 설명이다.

와츠만 회장은 "혁신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간단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혁신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혁신을 실천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것을 하려다 보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또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체계의 변화 없이는 혁신이 어렵다"며 "새로운 팀을 만들어 권한과 책임을 주고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와츠만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부분적인 변화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며 "지금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기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수밍 중국 난징대 경영대 학장은 혁신의 바탕에는 사회와 역사에 대한 통찰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 학장에 따르면 드러커는 컴퓨터가 대중화한 후로도 타자기로 글을 쓸 만큼 평소 생활에서는 보수적인 면을 보였다. 그러나 드러커는 누구보다도 먼저 컴퓨터의 대중화와 정보화사회의 도래를 예측했다. 컴퓨터를 쓰지 않았던 드러커가 컴퓨터 시대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자오 학장의 설명이다.

자오 학장은 또 "드러커 사상의 밑바닥에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며 "드러커는 스스로를 구경꾼이라고 부르면서 늘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에 대해 연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경제학은 물론 역사와 철학,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드러커가 공부하지 않은 학문이 없었다"며 "여러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했기에 드러커는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