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부분 재개표 찬성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지지자 수천여명이 16일(현지시간) 오후 테헤란에서 나흘째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전날 민병대의 발포로 시위대 7명이 숨진 데 아랑곳하지 않고 바낙 광장에 집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선거결과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이란 프레스TV가 보도했다.

선거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부분적인 재개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시위대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나흘째 대규모 시위 = 무사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이날 바낙광장에서 국영방송 IRIB까지 행진을 벌인 뒤 3시간여만에 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개혁파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나자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며 개표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부터 매일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15일 시위에 참가했던 무사비는 웹사이트를 통해 앞으로 어떤 집회에도 참석치 않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시위대에 당부했다.

개혁파의 집회가 열리는 동안 인근 발리예 아스르광장에서는 수천여명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양측의 집회가 같은 시간대에 열려 충돌도 우려됐지만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보안군도 시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해외에서도 선거결과에 반발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란인들은 이날 파리의 주프랑스 이란대사관 앞에서 선거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무사비 후보의 사진을 들고 집결한 시위대는 "아마디네자드는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재검표를 요구했다.

독일 주요 도시에도 이날 이란 망명자들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프랑크푸르트 시위에는 1천여명이 참가했으며 함부르크, 베를린에서도 각각 600명, 250여명이 시위에 동참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이란인 700여명이 대선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 하메네이 부분 재개표 찬성 = 하메네이는 이날 대선결과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필요할 경우 부분적 재개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고 국영 텔레비전방송이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재개표는 대선후보측 참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돼야 하며 그래야만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또 이란의 이슬람 신정(神政) 체제하에서 이란인들이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지만 모두 통치 체제를 신뢰하고 있으며 이란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올해 70세인 하메네이는 최고 종교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 1인 최고법원 등을 겸하며 이슬람 신정 체제의 이란을 통치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 12일 선거 결과는 '신의 판단'이라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중심의 단결을 호소했다가 개혁파 지지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15일에는 대선 부정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 이란-서방 신경전 = 국제사회는 대선 후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16일에도 이란 대선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란의 상황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개최된 오마르 봉고 가봉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란) 집권 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선거승리가 사실이라면 왜 그토록 무자비하게 반대파를 탄압하고 투옥하는지 우리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란 외교부는 이란 대선에 대한 유럽연합(EU) 등 유럽 국가들의 논평에 반발, EU 순회의장국인 체코 고위 외교관과 프랑스, 영국 대사 등을 불러 항의했다고 이란 ISNA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15일 이란 사태에 우려를 표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이란 대선결과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외교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실질적인 정책에 있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개혁파 후보 무사비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이란의 정치에 개입할 경우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