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클럽 워싱턴서 `한미관계 세미나' 개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비밀외교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생기는 부담을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나눠지겠다는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미국 특파원출신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한미클럽(회장 봉두완)과 아메리칸대학이 공동으로 15일 워싱턴D.C. 소재 아메리칸대학에서 개최한 `이명박 정부의 한미관계' 세미나에서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기자는 "사회주의 경제의 실패로 재래식 무기로 남한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북한에게 핵무기는 체제수호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따라서 외교적 방법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면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제 방향을 전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기자는 "고통이 수반되지 않은 외교적 언어와 행동으로는 북핵문제를 풀 수 없으며,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결정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줘여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도록 자극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사항들을 우선적으로 다뤄야만 한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줄일 경우 북한 체제에 동요가 초래되면서 상당수의 주민이 중국으로 탈출할 수 있다면서 , 이 경우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부담을 나눠질 수 있다는 약속을 중국측에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과 미국은 북한체제가 바뀌더라도 양국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중국의 견해를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한국과 미국은 38선 이북으로 미군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는다거나, 북한에 친(親)중국 성향의 정부가 `임시로' 들어서는 것을 인정하는 것 등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그러나 공개적인 외교 형식으로는 다뤄질 수 없으며 한.중, 미.중, 한.미 3각 채널의 비밀외교가 작동돼야만 한다고 문 대기자는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도발이 오히려 사태 해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한다면서, 한반도 문제가 지금까지는 글로벌 정치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북한의 심각한 도발로 인해 한미 양국이 신속하고 결정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메리칸대학의 피터 벡 교수는 "북한의 도발은 한-미 동맹에 대한 또 다른 시험이며, 북한의 호전적 태도가 한국, 미국, 일본으로 하여금 그 어느때보다 긴밀히 협력하게 만들었지만, 긴장이 고조되면서 평화와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벡 교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내용은 많겠지만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정상간의 유대를 긴밀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시작전권 이양에 관한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 다뤄지지 않을 것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도 조속한 시일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