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긴축 선회는 시기 상조

주요 경제 선진국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회복 속도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한 것 같습니다.

탄력적인 경기 회복을 예상하는 측에서는 각국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지난 12∼13일 이탈리아 레체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재무부 장관회의에서 독일과 캐나다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습니다.독일과 캐나다는 보수적으로 재정정책을 펴 온 국가들입니다.이들 국가는 정부개입이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제발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각국 정부가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련한 경기부양 규모는 총 2조 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경제가 회복되면 이 돈은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이같은 인플레이션 심리가 작용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 4.0%대로 올랐습니다.

이에 반해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기 회복세의 초기 징후는 고무적이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불확실성이 큰 만큼 자칫 정부가 서둘러 긴축 정책을 펼 경우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긴데요.요사노 가오루 일본 재무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출구전략 이행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각국 간 시각차를 반영,G8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출구전략 방안을 연구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V,U자 회복론…W,L자 회복론 팽팽히 맞서

낙관적인 시각과 비관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데요.가장 낙관적인 게 바로 V자형 경기 회복론입니다.금융 재정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미 경기가 하반기부터 급속한 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인데요.경기 침체의 골이 깊었던 만큼 회복도 그만큼 빠를 것이란 기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U자형 경기회복은 미국 경제가 하반기 회복세를 타기 시작해 내년 중반기 께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관측인데요.이같은 경기 회복론이 확산되면 지난 3월 초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온 미국 주식시장은 한 단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위축이 둔화됐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이른바 W자형 회복론인데요.원자재 가격 급등과 금리 상승이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욕 증시 투자자들이 주택 모기지금리 등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시중 실세금리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특히 금융사와 가계가 부채 비중을 줄이는 디레버리징 현상이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회복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입니다.

L자형 경기 회복론자들은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비 위축 현상이 이어질 경우 자칫 미국 경제가 장기 복합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경기회복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때인 만큼 당분간 각종 경제 관련 지표가 주가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