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사다지역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엄모(34.여)씨는 외국인 8명과 산책을 떠났다가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인 동료들이 전했다.

국제의료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 소속인 엄씨가 산책에 나선 것은 지난 12일 오후 4시께.
현지 휴일인 금요일을 맞아 무료하게 오후를 보내던 중 이웃에 사는 단원들과 갑작스럽게 결정한 나들이였다.

사다지역에는 휴양지나 쇼핑몰 등 휴일을 보낼만한 공간이 별로 없어 기껏해야 주변 와디(물이 마른 계곡) 정도를 다녀오는게 나들이의 전부였다.

엄씨는 독일인 부부와 아이 3명, 독일인 간호사 2명, 영국인 기술자 1명 등 모두 8명과 함께 승합차 1대에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와디는 물도 마르고 나무도 거의 없어 쉴만한 공간으로 그다지 적합지 않았지만 독일인 아이들이 좋아해 산책삼아 종종 찾곤 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사다 중심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고 주변에 현지인 마을도 있기 때문에 평소 위험하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씨는 어두워지기 전에, 6시께 돌아오겠다고 한국 동료들에게 말하고 집을 떠났다.

그러나 오후 7시가 훌쩍 넘어 해가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자 동료들은 엄씨를 찾아 나섰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도 전원이 꺼져 있었고 이는 다른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피랍 당일 와디 인근에서 이들을 봤다는 주민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이들이 와디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 같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예멘 정부는 시아파 반군 압델 말락 알-후티가 이끄는 무장단체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멘에서는 중앙정부에 도로건설이나 일자리 등을 요구하거나 구속된 동료의 석방을 목적으로 지방 부족이나 반군세력이 외국인을 납치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14일 오후 현재까지 이번 납치를 주도했다고 밝힌 단체가 없어 피랍자 가족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멘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이모씨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엄씨가 작년 8월에 예멘에 와서 참 성실하게 일하던 친구였는데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게 돼 안타깝다"며 "하루 빨리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