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동계의 위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올 들어 전국 규모 집회를 5차례 벌일 정도로 강경일변도인 노동조합에 노동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총동맹(CGT) 민주노동동맹(CFDT) 전국자율노조연맹(UNSA) 등 프랑스 8대 노동단체는 13일 프랑스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 등 경제위기 대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개최했다. 하지만 전국 150여곳에서 일어난 이번 시위에 참여자는 불과 7만1000명(경찰집계),노동계가 추산한 숫자로도 15만명에 불과하다. 파리 한복판 바스티유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도 9000명(경찰집계)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불과 한 달 반 전인 5월1일 열린 노동절 집회에 120만명이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참가 숫자가 급감한 것이다.

베르나르 티보 CGT 위원장은 "참가자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고 인정했으며,프랑수아 세레크 CFDT 위원장도 "참가자 규모로만 따지면 이번 시위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장 클로드 마이 노동자의 힘(FO) 사무총장은 "반복된 파업에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쳐 나가떨어졌다. 노동계의 투쟁방식에 대한 불신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여론조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이 노조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노조의 시위가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시들한 시위 열기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은 지난 7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 우파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좌파 정당을 크게 제친 것과 대비된다고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