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에서 제조, 유통되는 담배와 관련 제품들을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미 상원은 11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FDA에 담배의 제조와 판촉 활동을 규제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족흡연방지 및 담배통제법(The Family Smoking Prevention and Tobacco Control Act)'을 찬성 79표, 반대 17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 4월2일 하원을 통과한 법안중 일부가 수정됐지만, 담배 규제를 위한 핵심적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백악관은 논평을 통해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이 송부돼 오는대로 곧바로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던 지난해 공개적으로 금연을 약속하면서 담배 규제를 주장했다.

법안은 FDA가 담배 제품의 성분을 평가, 건강에 위해한 성분의 사용을 바꾸거나 금지하도록 하고 니코틴 함유량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했고, 담배 제조회사들이 새 제품을 출시할 경우 FDA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특히 청소년층의 흡연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담배 연기의 화학적 성분을 규제하고, 담배의 향미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담배에 풍미를 첨가하는 멘톨 사용 여부도 FDA의 규제 검토 대상이 되도록 했다.

법안은 이와 함께 담배의 마케팅, 광고활동도 제한, 내년부터 건강 위해 요인이 적다는 것을 암시하는 `라이트', '마일드', '저타르'와 같은 문구를 쓸 수 없도록 하고 2012년부터는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대형 경고문구와 그래픽 경고라벨을 담뱃갑에 게시하도록 했다.

또 10대 청소년들이 읽는 출판물의 담배 광고를 제한하도록 했고, 천연색 광고는 모두 흑백으로 바꾸도록 했다.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 딕 더빈 상원의원은 "이 법은 청소년과 미국을 보호하는 법이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흡연을 시작하는 청소년이 매일 3천500명씩 새로 생겨난다"라고 말했다.

미국 흡연인구는 전체 5명중 1명꼴이며, 매년 40만명이 흡연으로 유발되는 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는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향후 10년내 청소년 흡연자는 11%, 성인 흡연자는 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담배세 인상, 공공장소 흡연규제 등 조치로 미국 흡연인구는 감소 추세로 지난 1995년 미국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던 흡연자수는 2005년 21%로 줄었다.

지난 1964년 '담배는 폐암을 유발한다'는 미 공중위생국장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수십년동안 담배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지난한 노력이 전개됐으나 담배제조회사들의 강력한 로비와 그들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들의 반대로 좌절됐었다.

미 연방대법원은 2000년 니코틴을 약품으로 규정, 독자적 규제를 추진했던 FDA 방침에 대해 "정부는 현행 법 아래서는 담배산업을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도 담배 규제 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이에 따라 담배는 화장품, 애완동물 사료보다도 규제를 덜 받아왔다.

(워싱턴 AP.블룸버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