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하마스 빠진 중동평화 불가능"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샤알(53)이 미국과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밝혔다고 범 아랍권 신문인 아샤라크 알-아우사트가 11일 전했다.

시리아에서 망명활동 중인 마샤알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주 카이로 연설에서 이란이나 시리아와는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왜 하마스에는 전제 조건을 내세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샤알은 "하마스가 아니라 바로 이스라엘이 (중동평화의) 장애물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올바른 해법을 찾고 고유한 권리를 이행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 연설에서 하마스에 폭력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이 과거에 이스라엘과 체결한 협정을 준수하며 이스라엘 국가의 실체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마샤알은 또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비판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필요성을 연설하면서 영토나 수도,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등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과거 미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에 비유한 것에 불쾌감을 표현한 뒤 "우리는 이스라엘의 점령과 맞서고 있고, 국제법에 따라 무력 항쟁을 하고 있다"며 하마스의 무장투쟁 노선을 옹호했다.

마샤알은 2004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창시자인 아흐메드 야신과 그의 후계자였던 압델 아지즈 란티시가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격으로 잇따라 숨진 뒤 사실상 하마스 최고지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중동을 순방 중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하마스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하마스와 온건파 정파인 파타가 반드시 화해를 이뤄야만 이스라엘과 효과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터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카터 센터 재단을 통해 중동 평화 정착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하마스는 2007년 6월 가자지구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의 파타 보안군을 몰아내고 치안통제권을 장악했으며,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은 파타가 주축인 서안지역의 자치정부와 가자지구의 하마스 정부로 나뉘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