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만에 제네바 법원서 공판 개시

치정으로 인한 살인인가, 돈을 노린 고의적 살인인가.

프랑스의 유명 은행가였던 에두아르 스테른(당시 50세)을 2005년 2월 28일 그의 제네바 아파트에서 총으로 살해했던 세실 브로사르(여.40)에 대한 재판이 사건 발생 4년 3개월여만인 10일 제네바 칸톤(州)
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고 스위스국제방송이 전했다.

이번 재판은 10일간 진행되며, 오는 19일에 브로사르에 대한 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견 당시 스테른은 살색의 라텍스 옷을 입은 채 묶여 있었으며, 권총으로 머리에 2발, 몸통에 1발을 맞고 숨져 있었다.

이를 두고 제네바 경찰은 변태적인 성관계 도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브로사르는 사건 발생 2주 후 체포된 후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으며, 그녀가 버린 3정의 권총은 몽트뢰 인근의 제네바 호수 속에서 발견됐다.

스테른은 그야말로 잘 나갔던 금융가로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의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과 친분이 깊었으며, 탁월한 비즈니스로 6억 유로의 재산을 모았다.

스테른은 22세 때 아버지가 설립한 방크 스테른의 행장이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세계적 투자은행이자 금융자문회사인 라자르(Lazard)의 행장인 장인 미셸 다비드-웨일을 계승할 것이 유력시 되다가 장인과 불화로 1997년 회사를 나와 개인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14살 연하의 예술가였던 금발의 브로사르를 만난 것은 2001년 파리의 한 디너 파티에서 였다.

둘 다 가정이 있었으나 서로 급속히 사랑에 빠져들었고, 그후로는 스테른의 전용기를 타고 사파리를 하러 아프리카를 간 것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점차로 둘 간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결혼 문제와 스테른이 브로사르의 은행계좌로 송금했다가 추후 동결시킨 100만 달러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브로사르는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으며, 그녀로부터 1m 뒤쪽에 스테른의 유족들이 앉아 있었다.

브로사르의 변호인측은 브로사르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치정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파스칼 모러 변호인은 "스테른은 그녀를 한계상황까지 밀어 부쳤다"면서 "그녀의 결혼 및 독립을 약속하고 100만 달러를 송금했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 돈을 동결시켰다"고 덧붙였다.

모러 변호인은 "그녀는 스테른이 몇 년 동안 자신을 데리고 놀았을 뿐, 결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서 "사건 당일 스테른이 성관계 도중 `윤락녀에게 100만 달러는 비싸지'라고 말하자 마자 그녀가 그의 권총으로 쏘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스테른 유가족의 변호인측은 브로사르가 애초부터 스테른의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교묘하게 접근한 것으로, 100만 달러를 노렸다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100만 달러의 성격 논란과 관련, 보낭 변호인은 "그녀는 `사랑의 표시'로 자신에게 100만 달러를 송금해주면 결혼한 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녀가 그 돈을 되돌려 주지 않자, 스테른은 그 돈을 동결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치정에 의한 살인으로 판정될 경우 브로사르는 최대 10년 징역형을 받게 되지만, 살인죄가 될 경우에는 최고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