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경제팀으로부터 일일 브리핑을 받던 아침이었다. 파리 한 마리가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사진)의 구두 주위를 웽웽거리며 맴돌았다. 집중력이 떨어진 오바마 대통령은 손바닥으로 파리를 쳐서 잡으려 했으나 놓치고 말았다.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장이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한마디 툭 던졌다. "좀 더 높게 겨냥할 수 없었나요?"

로머 위원장은 8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 말이 농담이었다고 했으나 "가끔이지만 서머스 위원장을 철썩 때려주고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NYT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씨름하는 백악관 경제팀원들 사이에 이처럼 항상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 중심에는 서머스 위원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를 백악관 경제팀의 수장인 NEC 위원장으로 선택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천재형인 서머스는 걸핏하면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는 성격인 데다 거만하고 논쟁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서머스의 업무 스타일은 일부 정책의 시행을 지연시키거나 회의를 끝없는 논쟁으로 끌고 간다는 불평을 사기도 한다.

실제로 금융권 구제 문제를 놓고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예산 및 건강보험 문제에서는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과 부딪쳤다.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구제하는 문제에서는 오스탄 굴스비 백악관 경제보좌관과,건강보험 개혁 방안을 둘러싸고는 로머 위원장과 한판 붙었다. 이를테면 서머스는 부실 대형 은행들을 국유화하자고 고집스레 주장한 반면 가이트너는 국유화할 경우 어떻게 경영을 할 것이냐며 반발했다. 또 서머스는 크라이슬러에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데 반대한 굴스비에게 격노한 뒤 그를 회의에서 아예 배제시켰다. 서머스는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의 경영진 보수와 배당을 강력히 제한하자는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서머스는 "내 접근법은 반대와 우려를 항상 제기하는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올려놓고,모든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시해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NYT는 서머스가 주도하는 긴장 모드를 오바마 대통령의 용인술에서도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벌을 용납하지 않되 팀원들이 화합하는 동시에 라이벌 관계를 형성토록 해 자신이 최선의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