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73세를 일기로 타계한 오마르 봉고 가봉 대통령은 생애 절반 이상을 권좌에 머물러온 세계 최장기 집권자 중 한 명이다.

특히 지난해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집권 49년 만에 사임함에 따라 군주국가를 제외할 경우 현역으로는 아프리카를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집권 기록 보유자로 올랐다.

1935년 농부의 아들로 출생한 뒤 콩고 브라자빌 기술대학을 졸업하고 1960년 가봉의 독립과 함께 외무 관료로 공직에 뛰어든 봉고는 대통령 비서실장, 국방담당 비서관 등을 거쳐 1967년 부통령에 당선된 뒤 그해 11월 레온 음바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31세의 나이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이후 대선에서 계속 승리하며 권좌를 지켜오다 1989년 쿠데타 미수사건과 1993년 반정부 유혈시위 등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잇단 헌법 개정을 통해 임기를 연장하고 연임제한 규정도 폐지함으로써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정치 안정과 함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끄는 한편 아프리카의 지역분쟁 해결에도 적극 노력하는 등 여느 독재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프랑스에 호화주택과 스포츠카 등 막대한 재산을 은닉해 놓은 사실이 드러나 최근 드니 사수 은게소 콩고공화국 대통령, 테오도로 오비앙 적도기니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법원의 수사 리스트에 오르는 등 구설을 겪기도 했다.

봉고 대통령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1975년, 1984년, 1999년, 2007년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방한을 했으며, 마지막 방한 때는 제11회 만해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봉고승합차가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