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아소 부실환경과 "2주전 안전검사 통과" 드러나

멕시코 북서부 소노라주(州) 에르모시요의 탁아소에서 지난 5일 발생한 화재로 7일 밤(현지시간) 현재까지 최소 어린이 42명이 숨지고 33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현지 관리들이 밝혔다.

멕시코 사회복지국의 다니엘 카람은, 에르모시요 소재 ABC탁아소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현재 42명이며, 33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전신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들도 위중한 상태라고 병원 의사들은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재 당시의 정황과 탁아소의 부실한 환경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이 났을 때 142명의 어린이들은 오후 낮잠을 자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질식사했지만 일부는 지붕이 유아용 침대 위로 무너져 내리면서 사망했다고 관리들은 밝혔다.

오래된 창고에 지어진 ABC탁아소는 신생아들이 잠을 자는 방의 지붕에는 금이 갈 정도로 시설이 취약했다.

탁아소에는 비상구도 없었을 뿐더러 2개에 불과한 출입구 중 하나는 항상 잠긴 상태였으며 5개의 창문도 너무 높이 위치해 있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

불이 났을 때 탁아소에서 화재 경보도 울리지 않았고 자동소화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탁아소는 불과 '2주 전' 안전검사를 통과했다고 정부 당국은 밝혔다.

ABC 탁아소에 3살 난 딸과 2살 난 조카가 다니고 있었지만 이번 재앙을 피한 한 학부모는 "어떻게 (안전검사에서)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고 대응도 늦어 지역주민들이 희생자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얼마 지나서야 구조요원들이 도착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현장에 처음 도착해 희생자들을 밖으로 옮긴 한 40대 남성은 현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며 "모두 의식이 없거나 숨진 상태였다"고 당시의 '끔찍한 경험'을 설명했다.

문이 하나밖에 없는 것에 다급해진 한 주민은 자신의 트럭으로 탁아소 벽을 세 번이나 들이받아 탈출 구멍을 만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말미암아 특히 낮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2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수용하고 있는 멕시코 전역의 1천500여개 탁아소의 안전기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에르모시요 소방당국은 아직 폭발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6일 밤 화재현장을 찾은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에게 고통스러운 비극"이라며 "최대한 빨리 화재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연방검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에르모시요<멕시코> AFP.AP=연합뉴스)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