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온난화 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이 8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기후변화 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접점을 찾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서로에게 '측정 가능하고,검증 가능하며,보고 가능하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라고 요구해왔다. 문제는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토드 스턴 미국 회담대표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중국은 미국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4배,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6배 더 배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은 국제 기후변화협약을 도출하기 위한 알파와 오메가가 아니라 바로 최종 변수"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에 의무적인 배출량 상한선을 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을 배출한 선진국들의 요구에 맞추려고 경제성장을 희생할 수 없다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오히려 미국에 2020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미 의회에 계류된 에너지법안은 이산화탄소를 1990년 수준에서 4%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중국은 국내적으로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단위 배출량을 약 20%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7일 전했다.

미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하원의원은 "이번 회담은 역사상 가장 복잡한 외교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협상 관계자들은 "방안에 고릴라 두 마리가 함께 있는 형국"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이 휴전하지 못하면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의미 있는 국제협약을 도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1997년 채택된 세계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중국과 개발도상국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준을 거부했다. 미 · 중 간 이번 회담 결과가 코펜하겐 회의에서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교토의정서 채택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