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력 시위가 예사롭지 않다. 이번에도 역시 공갈로 끝낼지 아니면 '사고'를 치고야 말 것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남북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큰 걱정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미칠 심리적 영향이 걱정이고 주식시장에 미칠 불안감도 우려된다.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하루빨리 잠재우지 않고 질질 끌면 결국 경제에 심대한 손실이 초래될 것이다.

이럴 때야말로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 미국의 오랜 명언이 떠오른다. '동맹국과 싸우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동맹국 없이 싸우는 것은 더 고통스럽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에겐 아무리 둘러 봐도 미국만한 동맹국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2012년까지 한국군에 넘겨달라고 미국에 요구해서 결국 관철시켰다. 주권 국가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8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은 총사령관이 미군이고 그에게 전시작전권이 부여돼 있지만 유럽의 어떤 나라도 자존심을 다쳤다는 소리는 없다. 전작권을 돌려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 오히려 미국 같은 강대국이 유럽을 지켜주니 자기들은 오직 경제발전에만 치중할 수 있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한다. 가입국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다음의 조치를 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이달 중순 열리는 한 · 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적어도 6년쯤 연기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해야 한다. 둘째 일본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최신식 미사일 방어 체제를 서둘러 구축하고,셋째 현재의 북핵 6자회담을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으로 전환하고 수석대표도 차관보급보다는 적어도 차관급 정도로 격을 올려서 회담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북한도 일본과 러시아를 뺀 미국 중국만의 참석으로 축소시키는 4자회담을 거부할 명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달 중순께 발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사일은 사거리가 7000㎞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본토까지(1만2000㎞) 도달하기엔 아직 역부족이지만 하와이(7800㎞)가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겨냥해 무력 대응에 나서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에는 국내 경제적 사정,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사태가 너무도 시급하다. 그런 만큼 원만한 상황 타개를 위해 북한과 직접 양자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면 미국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고 우리도 말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통해 핵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나아가 관계도 개선한다면 이는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미 · 북 간 관계 개선은 미국의 대규모 대북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이로써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과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미 · 북 간 직접대화를 통한 관계 정상화 노력을 오히려 거들면서 미국과 함께 북한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 워싱턴포럼 이사장

◆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칼럼이 오늘부터 격주로 정치면을 통해 한경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의 정치문화를 미국이라는 정치선진국의 거울에 비춰보는게 본 칼럼의 취지입니다. 김 전 의원은 토목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서 미국 내 500대 설계회사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1992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