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와 회담.."세계경제 회복 조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연기 시사..강제수용소 방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중동의 평화정착 문제가 올해 중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드레스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2국가 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면 올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 사회가 다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을 지원할 것이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양 당사자들에 있다면서 특히 팔레스타인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스라엘이 평화를 진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 확대를 중단해야 하고 팔레스타인은 안전에 필요한 조치들을 강화해야 하며 아랍국가들은 신뢰구축 조치를 통해 이스라엘의 평화정착 노력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난 수개월간 침체에 빠졌던 세계 경제가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신과 메르켈 총리는 미국, 독일,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경기 회복을 위해 "매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앞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으며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와 관련해서는 메르켈 총리에게 수감자 수용 등 특별한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관타나모 수감자 10여 명이 독일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독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내년까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공언해온 그는 그러나 "관타나모는 평가 과정에 2~3년이 걸릴 수도 있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해 폐쇄가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아울러 두 사람의 관계가 냉담하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양국이 "긴밀한 우방이자 중요한 파트너로 중동, 이란,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적 문제에 대해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독일에 채 24시간도 머물지 않게 된 것은 "순전히 바쁜 일정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날 카이로 연설이 아랍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었으며 중동 평화노력의 재개를 위한 중요한 기회를 제시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후 메르켈 총리,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 등과 함께 바이마르 인근에 있는 부헨발트 수용소를 방문했다.

부헨발트 수용소는 유대인 등 약 5만6천명이 나치의 손에 목숨을 잃은 곳으로 오바마의 외종조부인 찰리 페인은 2차세계대전 당시 미 89보병사단 병사로 부헨발트의 부속 시설인 오르트루프 수용소 해방 작전에 참여했었다.

미국 대통령이 2차세계대전 당시의 나치 강제수용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백장미를 헌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국 외에 있는 최대의 미군 병원인 독일 서부 란트슈툴병원을 찾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근무 중 부상당한 미군들을 위로한 뒤 파리로 향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에는 프랑스 북부 콜빌쉬르메르에 있는 미군 묘역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D데이) 6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