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정치적 수사로 현실은폐" 주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결국 경제에서 판가름날 것이나 현 정부는 정치적 수사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대처가 미흡하다고 부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칼 로브 전 백악관 부실장이 4일 주장했다.

칼 로브는 이날짜 월 스트리트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부양 비용은 미래 성장을 깎아 먹게 되기 때문에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칼 로브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제문제에서 나쁜 소식을 접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고문 제목은 빌 클린턴이 아버지 조지 부시에게 맞서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내세운 구호이자 오바마가 대선에서 재활용한 것이다.

로브에 따르면, 노동부가 발표할 월례 고용보고서의 실업률이 9%를 넘어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의 더글러스 엘멘도프 선임연구원은 최근 실업률이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 높아져 최고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실업에 대해 `독창적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로브는 지적했다.

예컨대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경기부양조치로 1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거나 유지됐다고 큰 소리쳤다는 것.
그러나 통계를 보면 1월 초 1억3천430만명이던 취업자수가 5월 초에는 1억3천240만명으로 줄었다.

로브는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줄어든 일자리 190만개를 15만개 증가로 바꾸는 요술을 부렸을까"라고 비꼬았다.

부시 정부 시절 백악관 부대변이었던 토니 프라토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노동부는 "(줄어들지 않고) 유지된 일자리"에 대한 자료는 수집하지 않으며 수집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우리가 보기에 "신통스런 추산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백악관 공보조직은 오바마의 우스꽝스런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로브는 주장했다.

로브는 오바마 대통령의 수사학적 기교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아무리 오바마라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실제로 일자리가 늘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경기부양책도 그를 구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케이스 헤네시 전 국가경제회의 국장은 경기부양책은 그로 인한 추가적인 경제성장이 6-9개월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설득력있는 사례를 그의 블로그에 올렸다.

의회예산국의 추산에 따르면 이 주장은 경기부양예산 7천870억달러의 23%인 1천850억달러만이 올 회계연도에 지출된다는 점에서도 부분적으로 뒷받침된다.

정부는 내년에 3천990억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게 된다.

나머지 2천30억달러는 경제가 자력, 또는 자체적인 이유로 복원된 한참 후인 2010-2019년 사이에 지출되는데다 올해 부양책으로 이뤄진 세금감면과 이전(移轉)지출은 저축으로 돌려지고 소비에 쓰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국민저축률은 0% 미만에서 5%가 됐다)
만일 오바마 행정부가 정부 성장이 아닌 경제성장에 더 진지했다면 경기부양예산은 올 회계연도에 집중적으로 배정됐을 것이라고 로브는 밝혔다.

게다가 경기부양에 투입되는 1달러는 1.5달러의 성장으로 변한다는 오바마팀의 주장은 경제적 허구라고 그는 강조했다.

경기부양 비용은 미래 성장을 감소시카고 그 대가는 언젠가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에 어떤 향상이 있었다고 해도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통화공급을 늘리고 연준과 재무부가 금융부문을 떠받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로브의 분석이다.

그러나 로브는 연준의 행동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손쉬운 돈벌이와 팽창정책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연준이 넘치도록 공급한 돈의 대부분을 흡수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바탕 인플레에 빠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빚을 갚는데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은 것도 민간의 투자를 해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고 연준이 통화공급에 브레이크를 걸면-결국 그래야 하지만- 우리는 성장둔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준이 통화공급에 브레이크를 밟는 시기가 2010년 의회선거나 2012년 대선 때가 될지 모른다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아이러니다.

로브는 "지금 가장 큰 이슈는 경제라는게 분명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공여부도 결국 경제에 달렸다"는 말로 기고문을 맺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