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미국과 이슬람의 '새로운 시작'을 촉구했다. 미국과 이슬람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중동과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대에서 가진 15억 무슬림을 향한 화해 연설에서 "식민지 시대와 냉전을 거치며 이슬람과 서방 사이의 긴장은 확대돼 왔다"며 "이슬람과 서방은 이제 의심과 불화의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을 아랍어 인사로 시작하며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맞서 싸우는 것이 미 대통령의 책무 중 일부"라며 "무슬림도 미국이 '이기적인 제국'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달라"고 요청했다. 서로를 인정하고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하면서 그동안 쌓인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종교적 극단주의 배격에 이슬람이 동참해 줄 것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란에 무고한 사람을 죽인자는 모든 사람을 죽인자와 같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는 모든 형태의 폭력적인 극단주의와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동 평화의 핵심 과제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독립국가를 바라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려면 서로를 인정하고 각각의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에서 핵무기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란의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군부대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또 아랍권에서 민주주의의 발전과 여성의 권리 확대도 강조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과 관련,"오바마 대통령이 수년 동안 지속된 서구와 이슬람 사이의 긴장과 대립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 평화 진척의 '정직한 중재자'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의 연설은 주요 방송을 통해 중동 지역에 생중계됐으며 백악관 홈페이지,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인터넷 웹사이트에도 연설문이 게재됐다.

서기열/조귀동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