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취임 후 첫 중동지역 순방을 떠났다.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의 중동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지켜볼 수 있는 중요한 방문이다.

AFP통신은 이날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중동 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아랍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이번 중동지역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예정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세계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다.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권에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고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되살리자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백악관 측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역사적인 연설을 소셜네트워킹사이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오바마가 대 이슬람 연설을 할 카이로 대학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반미 시위가 열리는 등 과거 반미 시위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 역사적 의미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첫 도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압둘라 국왕과 만나 중동평화 방안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현재 미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02년에 제안한 평화 이니셔티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협상안에는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간 관계 완전 정상화 △아랍권 국가 영토에서 이스라엘의 완전한 철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 등을 촉구했다.일부 전문가들은 2002년 사우디의 이니셔티브가 미국의 중동 외교 폭을 넓히고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을 피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를 향한 아랍권의 시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이집트 최대 야당인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하비브는 dpa통신에 “정책 변화가 없다면 오바마의 방문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그의 방문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장기집권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