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조합원이 되는 것은 중산층으로 가는 지름길이었지만 자동차 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이제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고 CNN머니 인터넷판과 로이터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조합원들에게 유급휴가와 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혜택을 주며 중산층의 꿈을 실현하게 해준 UAW가 최근 파산보호로 몰린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상에서 대폭적인 양보를 했기 때문이다.

두 업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대주주로 나서게 된 미국 정부는 근로자의 인건비를 해외 경쟁기업 수준으로 줄일 것을 압박하면서 양사의 신입 근로자 임금은 현재 시간당 14달러로 기존 직원들의 최저 임금인 시간당 28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미국에서는 최소한 연봉 4만1천600달러, 시간당 20달러는 벌어야 4인 가족 기준으로 중산층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토모티브 리서치 센터(CAR)'에 따르면 UAW 신입 조합원은 건강보험 부담액도 커지며 퇴직 이후에는 회사로부터 건강보험료 지원도 받지 못한다.

또 과거에는 `잡스 뱅크(Jobs Bank)'라는 제도가 있어 조합원들은 일자리를 잃고나서도 취업 전까지 실직 전 임금 수준의 돈을 지급받았지만 이제는 지급액도 작아지고 상급 근로자의 경우 보호 기간도 1년으로 줄었다.

이처럼 UAW가 과감한 양보에 동의한 데 대해 할리 셰이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는 "GM을 일단 살려내고 GM이 다시 번창하게 되면 다시 투쟁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투자은행 웨스트우드 캐피털을 설립한 론 블럼은 그러나 "UAW는 공룡"이라며 "지금까지 UAW 조합원들은 GM에 기여한 것 이상의 가치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1930년대에 출범한 UAW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에 경제가 살아나고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사측에 보다 많은 혜택을 요구했고 근로자의 협조를 필요로 했던 사측이 이에 응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가 일본 자동차에 밀리기 시작한 상황에서도 UAW가 누린 혜택은 계속돼 현직 근로자보다 퇴직자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기형적 구조가 나타나기도 했다.

GM의 경우 직원 7만750명을 거느리고 65만명이나 되는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근로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회사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도 늘어나 자동차 1대의 생산 비용에 포함된 건강보험료만 1천500달러에 달한다는 계산도 나왔다.

UAW가 이런 혜택을 포기한 데 대해 자산운용회사 글러스킨 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대부분의 경제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임금과 혜택 재조정의 축소판"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