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미국인들의 삶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였던 대표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추락을 상징한다.

GM은 1908년 윌리엄 듀런트가 설립했다.

1903년 헨리 포드가 설립한 포드사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자동차 T형 포드의 제작을 시작하던 해다.

GM은 같은 해 뷰익을 합치고, 캐딜락(1909년), 폰티악의 전신인 오클랜드(1909년) 등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불렸다.

그러나 1920년대에 불황에 따른 경영난으로 듀런트가 퇴진하고, 대주주인 듀폰 등에 의해 알프레드 슬론이 1923년 GM을 맡으면서 GM은 더 큰 도약의 계기를 갖게 된다.

슬론이 회사 개혁에 나서 산하 브랜드를 차종과 가격대별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하면서 GM은 1930년대 들어 포드를 누르고 미국과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했다.

GM의 성장사는 포드 및 1924년 탄생한 크라이슬러와 함께 이른바 '빅3'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 자동차산업의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GM은 미국인들의 자랑이었고, GM의 이익을 국익과 동일시하기도 했다.

50년대 GM의 최고경영자였던 찰스 어윈은 1952년 국방장관으로 지명돼 의회의 인준 청문회에 나서 GM의 이익에 반대되는 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국가(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1954년에는 GM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54%에 달했으며, GM의 점유율이 50%를 계속 넘으면서 독과점 문제로 회사를 분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1960~70년대 GM의 전성기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30%대에 달하기도 했다.

GM은 1979년에는 미국 내 근로자 수가 61만8천명에 이르러 미국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했고, 전 세계 고용 근로자 수도 85만3천명에 달했다.

그러나 GM을 비롯한 '빅3'는 80년대 이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질주 속에 대형차에 여전히 집착하는 등 안이한 대응으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80년대 일본차의 공세와 고유가에 따른 타격으로 GM은 1986년 북미 공장 11개의 폐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 추락 속도가 더 빨라져 GM은 2008년에는 77년간 지켜온 세계 자동차업계 정상의 자리를 일본 도요타에게 내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는 GM뿐 아니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함께 추락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GM 홀로 50%를 넘게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빅3를 합쳐도 점유율이 4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쇠락의 길을 걷는 동안 GM은 올스모빌 브랜드 중단, 사업 분사 등을 거쳐 규모도 줄어 근로자 수는 지난해 말 24만3천명으로 절정기의 3분의 1 수준 가까이로 감소했다.

GM의 쇠락은 엄청난 손실로 더 심해졌다.

GM은 작년에만 31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4년간 누적 손실액은 82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작년 말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기침체가 오면서 GM은 보유 현금이 말 그대로 '불타듯' 없어지는 상황에 들어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은 194억달러.
결국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에 이어 GM마저 파산보호라는 '굴욕'을 택하는 길로 향해 이제 빅3 중 포드만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 됐다.

GM의 몰락은 주가에서도 바로 확인된다.

지난 29일 종가는 75센트로 대공황 이후 76년 만에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07년 10월만 해도 주가는 43달러였다.

GM은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를 구성하는 30개 기업에서도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다우지수가 미국을 대표하는 '블루칩'들로 포진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GM의 위상 추락을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GM은 파산보호를 통해 우량자산은 '굿 컴퍼니'라는 새로운 GM에 넘기고, 부실자산은 '배드 컴퍼니'에 남겨 청산.매각하는 방식으로 영욕을 뒤로 한 채 새로 태어나게 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새 GM은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72.5%, 노조가 17.5%, 채권단이 10%의 지분을 갖게 된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GM이 당분간 '국유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는 셈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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