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마라톤 방송'에 들어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0일로 예고했던 보수논객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와의 맞짱토론을 전면 취소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매주 일요일 진행해 온 라디오.TV 방송 토크쇼 `알로 프레시덴테!' 10주년을 맞아 나흘 동안 마라톤 방송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28,29일 이틀에 걸쳐 18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러나 30일 오전 11시부터 남미 문학의 거장이자 보수논객으로 꼽히는 페루의 요사와 토론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특별한 이유없이 방송을 취소함으로써 토론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대변인은 "마지막 날 31일 방송은 예정대로 과리코 주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토론은 지식인들 사이에 이뤄지는데 나는 대통령이자 군인일 뿐"이라며 혁명적인 사회주의 사상가가 토론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차베스 세미나 참석차 현재 카라카스를 방문중인 요사는 다른 사상가들과의 토론에는 관심이 없다고 응수했다.

이에 앞서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이 도전하는 나흘간의 마라톤 방송은 '멜로드라마'라면서 방송중에 노래와 토론 그리고 "모든 것이 조금씩 들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해외방문 등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빠짐없이 진행해 온 '알로 프레시덴테!'를 통해 자신의 일방적인 정견을 발표해 왔다.

그는 생방송으로 사회주의를 홍보하는 연설을 하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거나 촬영기사의 부주의를 꾸짖기도 하는 등 괴짜 행태를 보여왔다.

또 생방송 중 콜럼비아 국경에 탱크를 집결하도록 명령해 국방장관을 혼비백산하게 하기도 했다.

청중은 엄선된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차베스 대통령의 상징색으로 통하는 붉은색의 옷을 입고 차베스 대통령의 그침이 없는 재담에 환호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정례연설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등도 TV와 라디오를 동원한 정례 연설을 시작했으나, 차베스 대통령처럼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지는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BBC는 최근 차베스 대통령 정례연설 10년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면서 이제 유랑 서커스단의 공연 이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카라카스 AF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