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미국 완성차업체에 이어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미국 2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비스테온이 이날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000년 포드에서 분리된 비스테온은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서너 달 전부터 파산 보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돼 왔다. 상당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차 시장 위축에 따른 물량 감소와 완성차 업체의 대금 결제 지연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비스테온의 근로자는 지난해 말 현재 정규직 1만1000명,시간제 2만2500명 등 총 3만3500명에 달한다.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연금 규모만도 8억9300만달러다. 90억달러의 연간 매출 중 포드 납품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부품업체의 파산은 완성차업체의 조업 차질을 초래해 가뜩이나 어려움에 빠진 미국 차 산업을 더 곤경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품업체는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완성차업체와 맺은 기존 계약을 폐기하고 대신 단가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미국 내 상당수 부품업체들은 금융회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워 완성차업체가 자금을 대 줘야 조업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드는 비스테온 일부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단과 지원 조건 등을 협의 중이다. 포드가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을 지원하면 비스테온이 법원의 파산 보호 아래 회생을 꾀할 수도 있지만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메이커에 이어 대형 부품사들이 파산 절차에 속속 들어가면서 금융사들이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대출을 더욱 꺼리게 돼 부품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비스테온의 파산이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비스테온으로부터 직접 부품을 공급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모듈 제품과 도어 장치 등을 납품받고 있는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 등도 당장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비스테온의 파산 진행 과정을 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김수언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