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잇따라 새로운 하이브리드카를 시장에 내놓는다.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카를 속속 투입해 불황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국내에선 업체 간 하이브리드카 판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혼다는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차종 중 하나인 소형차 '피트(Fit)'의 하이브리드판을 내년 가을 시판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당초 계획보다 1년6개월 정도 앞당긴 것이다. 혼다의 '피트' 하이브리드판은 올해 판매를 시작한 하이브리드 전용차인 '인사이트'와 같은 시스템을 사용할 예정이다. 배기량 1300㏄에 연비 성능은 1ℓ당 30㎞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가격은 최저 189만엔(약 2500만원)인 '인사이트'보다 30만엔가량 싼 150만엔(2000만원) 안팎을 계획하고 있다. 혼다는 휘발유용 '피트'가 지난해 일본 내에서 15만대 팔린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판도 연간 5만대가량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안에 4개 하이브리드 차종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용차인 렉서스 브랜드의 'HS250h'와 도요타 브랜드의 'SA1'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차체 기본 구조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을 공통화하고,휘발유 엔진 배기량은 2000㏄ 이상으로 해 기존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프리우스'보다 크고,주행 성능이 좋은 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기존 모델의 하이브리드화를 주도하고 있는 도요타는 최근 판매를 시작한 신형 '프리우스'가 10만대 이상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모으고 있어 앞으로도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이 밖에 닛산자동차 등도 하이브리드카 시장 진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승용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0% 수준에서 2011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올해 일본 승용차 판매(경차 제외)는 227만6000대로 전년보다 8.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는 작년보다 4% 늘어난 22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