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소토마요르 공식 지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신임 대법관 후보로 히스패닉계 여성 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54) 제2순회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소토마요르 판사가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여성으로서는 3번째, 히스패닉계로는 미국 최초로 대법관직에 오르는 인물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토마요르 지명자가 현재 상급법원 판사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료 판사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하면서 "히스패닉계 대법관의 탄생은 법앞에 평등한 정의라는 목표를 향해 또 다른 한발짝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토마요르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의 후손으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학과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1992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된 후 97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200년이 넘는 미국 대법원의 역사에서 여성이 대법관에 임명된 것은 1981년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최초이며 이후 93년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가 여성으로서는 두번째로 대법원에 입성했다.

오코너 대법관은 2006년 중도 사임해 현재 여성 대법관은 긴스버그 대법관이 유일하지만, 올해 75세인 긴스버그는 두차례에 걸쳐 암수술을 받아 조기 퇴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의 후임으로 여성을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돼 왔다.

특히 소수 인종을 대표해 유권자 비율이 점증하고 있는 히스패닉계 가운데서 후보를 고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여성으로서 히스패닉계인 소토마요르 판사의 지명 가능성이 유력시돼왔다.

소토마요르 지명자가 대법관에 정식 임명될 경우 9명의 대법관 가운데 여성이 다시 2명으로 늘게 된다.

소수인종을 대표해 아시아계 인사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고홍주(미국명 헤럴드 고) 예일대 로스쿨 학장의 대법관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소토마요르 지명자는 진보적 성향의 인물로 1997년 상급법원 판사로 지명된 후 상원 인준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어 대법관 임명을 위한 상원 인준 과정에서 다소간 진통이 예상된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공화당은 소토마요르 지명자를 공정하게 대우할 것이지만, 그의 과거 재판 기록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상원내에서 의원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임하는 수터 대법관은 공화당 정권에 의해 임명됐지만 각종 판결에서는 진보 혹은 중도적인 노선을 취해왔으며, 따라서 소토마요르가 그의 뒤를 잇더라도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