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열쇠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개막한 '기후변화 세계경제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조달러의 돈을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쏟아붓는 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투자해 악성 자산을 늘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다가올 저탄소 경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온실가스를 줄이는 그린에너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 논의를 위해 올 12월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제15차 총회를 앞두고 마련된 이번 회의에는 셸 BP 삼성 등 전 세계 500여개 기업의 경영자와 각국 정 ·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반 총장은 지난 21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청정에너지 법안에 대해선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0년까지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줄이겠다는 목표가 유럽연합(EU) 등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EU는 202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 이상(1990년 기준) 줄이기로 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늦출 수는 없다"며 기후변화협약 채택을 위한 다국적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 신흥국 에너지장관 회의에서도 기후변화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영국 등 G8과 한국 중국 브라질 등 12개국은 에너지절약 기술 및 정책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에너지절약협력파트너십(IPEEC)을 출범시켰다.

한편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G8 회의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되살아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장관도 경기 회복세에 따라 추가 급등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