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왕융칭 대만 플라스틱그룹 전 회장의 유산 2222억대만달러(약 8조4582억원)를 놓고 가족들 간 상속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생전에 "돈은 하늘이 내게 잠시 빌려 준 것일 뿐"이라며 재산의 사회 환원 의지를 밝혀 온 왕 전 회장이지만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유서를 남기지 못한 탓이다.

23일 대만 일간 빈과일보에 따르면 왕 전 회장 두 번째 부인의 큰아들 왕원양 훙런그룹 총재는 미 뉴저지주 법원에 대만과 미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왕 전 회장 유산의 총액을 공포하고 유산 관리인으로 자신을 지명해 줄 것을 신청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왕원양은 앞서 장례식을 치른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왕 전 회장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세 번째 부인 리바오주와 자녀들에게 왕 전 회장의 재산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유산 상속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왕 전 회장에게는 본처 궈웨란 외에 제2 부인 양차오,제3 부인 리바오주가 있고 사후에 네 번째 부인과의 관계도 드러났다. 본처와는 소생이 없고 제 2,3,4 부인과의 사이에 각각 5명,4명,3명의 자식을 낳았다. 여기에 왕 전 회장의 동생인 왕융짜이도 그룹을 형제가 함께 키운 것인 만큼 자신에게도 상속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자 문제로 그룹에서 밀려난 왕원양은 궈웨란의 사랑을 받아 그의 지원이 있으면 후계자가 될 수도 있으나 강력한 견제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왕원양은 법원 신청서에서 "궈웨란이 받아야 할 유산을 꼭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