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이 정계진출을 위해 몸을 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둔 정보기술(IT) 업계 경영인들이 정계진출 야망을 키우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인들은 과거 거물 정치인들을 후원하며 간접적인 영향력만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 직접 정치에 참여하면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것.특히 기업에서 이룬 화려한 실적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실용적이고 문제를 풀 능력이 있는 인물’로 비춰지면서 긍정적인 반응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의 정치 무게중심이 헐리우드에서 실리콘밸리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고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는 이들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정계진출 초석이 될 전망이다.

우선 캘리포니아 주지사 공화당 후보자리를 놓고 IT기업인들의 경쟁이 뜨겁다.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기술 업체인 스냅트랙을 10억 달러에 퀄컴에 매각한 스티브 포이즈너가 이달초 개인재산 350만 달러를 선거자금으로 내놓으며 공화당주지사 지명전에 뛰어들었다.여기에 맥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주 28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쾌척,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하며 공화당 주지사 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직접 정계진출을 하지 않더라도 정치에 관여하는 비중을 넓혀가는 IT 기업인들도 있다.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깊이 관여했고,지금은 과학기술 관련 대통령 자문회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도 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경제자문역을 맡으며 주목받았다.

또 기업인은 아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IT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인 존 루스가 오바마 정부 첫 주일대사로 내정돼 실리콘밸리의 ‘정치화’바람을 반영했다.이밖에 워싱턴 정가에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대형 IT기업들의 로비활동이 급증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IT기업 로비 전문업체인 테크넷의 짐 홀리 CEO는 “정부정책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낀 기업인들이 증가하는 만큼 정계로 입후보하는 숫자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거물급 정치 컨설턴트인 저스틴 뷰엘은 “자금이 풍부한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불가능은 없다’는 마인드를 지닌 기업인들이 잇따라 선거운동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1996년 대선에선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밥 돌 공화당 후보를 15분간 새너제이 공항에서 만나는게 전부였다”며 “지난 대선에선 야후나 구글 본사가 대선주자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될 정도로 실리콘밸리 위상이 바뀌었고,이제 더 나아가 정치주역이 되려한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