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독촉에 시달려야만 야반도주하는 것은 아니다.

500만위안(9억원)의 거액을 거머쥐게 된 중국의 한 복권 당첨자가 자랑삼아 떠벌리다 돈을 빌려달라는 시달림에 견디다 못해 밤을 틈타 정든 고향을 떠났다고 전강만보(錢江晩報)가 18일 전했다.

건축현장에서 막노동을 해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던 저장성 상위(上虞)현 주민 롼모씨는 지난 5일 심심풀이로 10위안(1천800원)을 주고 산 체육복권이 500만위안에 당첨되는 행운을 잡았다.

마을 사람들을 불러 근사하게 저녁을 대접하고 일일이 수백위안씩을 봉투에 담아 돌리는 등 20만위안(3천700만원)의 큰 돈을 쓰며 호기를 부렸던 롼씨는 그러나 이 잔치이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겪어야 했다.

복권 당첨 소식이 사방팔방으로 퍼지면서 평소에는 얼굴조차 보기 어려웠던 친척들이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돈을 빌려달라고 들이닥쳤고 심지어 생판 모르는 사람들도 밤낮없이 롼씨의 집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이렇게 며칠을 시달리던 그는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채 문 밖에 나갈 엄두조차 못내게 됐고 급기야 복권 당첨 일주일 만에 가족들을 데리고 야밤을 틈타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는 친한 친구에게 남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업신여기던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자랑하고 싶어 떠벌렸는데 그게 화근이었다"며 "횡재했다고 헤프게 굴지 말라는 자네 충고를 들었어야 했다"고 경솔함을 탓했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