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도 총선에서 7억명의 유권자가 집권 국민회의당 연합을 선택한 것은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에서다. 인도는 국민회의당이 집권한 이후 농업 · 제조업 활성화,인프라 확충,외국인 투자 유치 등 경제개혁을 추진해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만 해도 고속 성장 행진을 보였다. 하지만 공산당 등 연정 내 좌파 정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 경제 개혁은 가속도가 붙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좌파 정당의 퇴조는 인도 국민이 경제 살리기를 원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좌파연대 4개 정당은 24개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2004년 총선에서 확보한 60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좌파연대는 2004년 총선 이후 국민회의당의 집권을 도울 정도로 인도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아 산업계와 국민의 지탄을 받아 왔다.

국민회의당은 자체적으로 강력한 정부를 구성, 국정 전반의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거대 유통시장 개방 등 외국인 투자 규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폐지 또는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민회의당이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UPA)은 내각 인선에 착수했다. 국민회의당의 일부 지도자들은 개별 정당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당은 대형 정당보다 군소 정당과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연정 파트너를 물색할 방침이다. 국민회의당 지도자인 라지브 슈클라는 "우리는 과반인 272석에 근접해 있어 (연정 파트너로) 큰 정당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집권 연정 UPA는 외부에서 최소 10여석의 우호세력만 확보하면 의회 의석의 과반인 272석을 채워 새 정부를 구성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

총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자 인도 최고 정치 가문인 네루-간디 가문의 라훌 간디는 새 정부 입각이 유력하다. 라훌 간디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위한 정치 풍토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번 총선이 인도 경기 부양의 엔진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간 계속된 총선 기간에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총 3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광고업체 자동차업체 등에 풀면서 상반기 인도 국민총생산(GDP)이 0.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