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톈안먼(天安門) 학생민주화 시위 당시 온건노선을 펼치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후 회고록 `국가의 죄수'(The Prisoner of the State)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우차이나모닝포스트, 명보(明報) 등 홍콩언론들은 16일 다이목스 서점 등 서점관계자들을 인용해 `국가의 죄수'가 발간되자마자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시몬 앤드 숴스터 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이 책은 당초 오는 19일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동시에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홍콩의 일부 서점들이 `엠바고'를 깨고 지난 14일부터 판매를 개시했다.

홍콩 최대의 서점 체인망인 다이목스서점 센트럴 분점 관계자는 "진열해 놓은 책이 하루 만에 모두 판매됐다"면서 "내가 아는 한 다이목스의 어떤 서점에도 이 책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점 체인망인 페이지 원의 코즈웨이 분점 관계자도 "영어판은 모두 팔렸다"면서 "독자들에게 이달 말 발간되는 중국어판을 구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관련 서적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많은 독자가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문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역정(改革歷程)'이라는 제목의 중국어판은 오는 29일 홍콩에서 발매될 예정이라고 명보가 보도했다.

홍콩의 일부 서점에서는 한꺼번에 10여권이 책을 미리 주문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쯔양의 육성 테이프를 토대로 한 이 회고록에는 텐안먼 사태와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 등에 대한 비화가 담겨있다.

자오쯔양은 1989년 톈안먼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을 결정한 덩샤오핑에 반기를 들었다가 권좌에서 쫓겨난 뒤 가택연금 생활을 하다 2005년 1월 사망한 비운의 정치가다.

한편 톈안먼 사태 현장을 지켜본 홍콩 기자 64명의 기사를 모아 펴낸 `사람들은 잊지 않을 것' (People Will Not Forget)이라는 책도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앞두고 조만간 재출간될 것이라고 홍콩언론들은 전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