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서 옥외미사.."팔레스타인 국가수립 지지"

중동지역을 순방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3일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의 베들레헴을 방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리장벽 설치는 `비극적'이라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오후 베들레헴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나는 베들레헴의 대부분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장벽이 당신들의 영토를 침범하고 이웃들을 가르고 가족들을 나누고 있는 것을 봤다"며 "우리는 이 장벽이 영구히 지속되지 않고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2002년부터 서안지역과 예루살렘의 외곽에 높이 8m의 콘크리트 분리장벽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 장벽이 완공됐을 때의 전체 길이는 790㎞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베들레헴의 구유광장에서 열린 야외 미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평화를 간구했다.

교황은 미사에서 "내가 여러분들과 심정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꼭 알아달라"면서 "나의 기도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정책이) 조속히 해제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의 마음은 전쟁으로 찢긴 가자지구에서 온 순례자들에게 다가가 있다"며 "당신들이 이겨내야 하는 고난과 역경, 상실감에 대한 나의 슬픔과 나의 따뜻한 포옹을 당신들의 가족과 공동체에 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구유 광장에서 열린 옥외 미사에는 이스라엘의 승인을 얻어 가자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인 100명이 다른 신자 수천명과 함께 참석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6월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모든 국경통과소를 사실상 폐쇄하는 봉쇄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3주 동안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공격을 벌여 1천400여명을 숨지게 했다.

교황은 "베들레헴은 부활과 갱생, 빛과 자유의 복음과 결합돼 있다"며 "베들레헴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증오와 이기심, 두려움, 분노를 이기는 하느님의 사랑을 목격하는 것"이라고 설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오전 예루살렘을 출발, 이스라엘이 서안지역에 설치한 분리장벽 검문소를 지나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점령지' 베들레헴에 도착했다.

교황을 맞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 성지에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 대신에 분리장벽을 세우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무슬림과 기독교인을 이 땅에서 내쫓으려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베들레헴에 마련된 팔레스타인인들의 환영행사에서 "교황청은 당신들의 선조 땅에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경을 가진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를 세울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나는 여러분들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 알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한 뒤 "내 마음은 집 없는 모든 가족과 함께 있다"며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주민들을 위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가자지구 전쟁 때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깊은 동정심을 나타냈고,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민족적 열망을 달성하는 데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나는 팔레스타인에 있는 많은 청년에게 호소한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폭력이나 테러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용기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