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전문가 "카트리나 이후 약물중독.자살 증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도시 전체가 파괴됐던 미국 뉴올리언스의 젊은이들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지난해 16세 소녀 매들린 프레보스트가 그린 자화상 속 인물은 십대 소녀의 얼굴이라기보다 40대 여성에 가까웠다.

카트리나로 집과 개를 잃은 매들린은 정신과 상담을 받았지만 그로부터 수개월 뒤 코카인과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잭 모우저는 카트리나가 이 도시를 강타할 무렵 뉴올리언스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허리케인의 피해로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인근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며 웨이터로 짭짤한 돈을 벌어들이던 그는 동료 웨이터와 어울리다 약물에 손을 댔고 결국 지난해 21살의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매들린이나 잭처럼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폐허 위에서 새롭게 삶을 일구기 시작한 `카트리나 세대'들은 정든 집과 학교, 동네가 파괴되고 친구나 애완동물들을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약물 과다복용 등으로 인한 자살에 대한 집계자료는 없지만 뉴올리언스 응급의료지원 책임자 줄렛 소시는 이 지역 젊은이들의 자살률과 위험한 행동, 우울증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시에 따르면 이 지역 자살률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무려 3배나 증가했으며 사망자들은 대부분 젊은이였다.

올해 5월 현재까지 뉴올리언스에서 자살한 사람은 모두 20명으로 이들 중 가장 어린 사망자는 11살이었다.

고교 교사 마거릿 리프는 카트리나 이후 학생들의 위험행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안정적 가정 출신의 모범생들조차 아슬아슬한 행동을 보이곤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복구에 바쁜 나머지 부모들이 자녀를 챙겨줄 경황이 없는 상황도 사태의 악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의 건강관리 시스템이 무너지고 허리케인을 피해 텍사스로 이주했던 마약상들이 인근 멕시코에서 뉴올리언스로 약물을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약물중독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 주정부의 재정적자로 뉴올리언스의 의료 기관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지역 주민들이 정신 건강을 위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