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2시(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공항 인근의 미군기지 `캠프리버티'.
"탕..탕..탕.."

고요했던 부대의 적막을 가르는 총성이 기지 내 심리상담센터 쪽에서 잇따라 터져나왔다.

부대원들은 눈에 초점을 잃은 채 힘 없이 상담센터에서 걸어나오는 한 병사를 덮쳐 붙잡았다.

센터 내에는 의무장교 2명과 병사 3명 등 장병 5명이 피를 흘린 채 이곳저곳에 쓰러져 숨져 있었다.

2003년 이라크전 발발 이후 미군간 공격 사건 중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끔찍한 비극으로 인해 충격과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이날 동료 장병들에게 총격을 가한 병사는 제54공병대 소속 존 러셀 병장이다.

그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미 당국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오랜 전쟁으로 인한 병사의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러셀 병장은 심리적, 정신적으로 불안정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상담을 받기 위해 상관과 함께 심리상담센터를 찾았다가 감시소홀을 틈타 상관의 무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러셀 병장은 이라크전 초기였던 2003년과 2005년 각각 1년여간 이라크에서 복무하며 격렬한 전투를 겪었다.

이번이 세번째 이라크 복무로 3주 안에 이라크를 떠날 예정이었다.

러셀 병장은 이라크전 참전 전에도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많은 전투현장을 경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출신으로 올해 44살인 그는 1991년 가정폭력 문제로 부인과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윌번 러셀(73)은 "아들은 폭력적인 아이가 아니었는데 최근 부대 내에서 극심한 스테레스에 시달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참혹한 전투현장을 수없이 경험하게 되는 병사들의 스트레스는 러셀 병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군에 따르면 이라크 참전 전역자 중 15%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의 동시 수행으로 대부분의 미군 병사들이 전장근무를 3∼4차례씩 반복해서 하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관 대니얼 볼저는 AP통신을 통해 "세계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 뿐 아니라 이번 전쟁에서 배울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은 육체적인 부상만 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번 사건은 병사들이 여러 전투현장에 중복 배치되는 문제점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군 헌병대로 이첩된 러셀 병장은 살인 및 가중처벌법상 폭력 혐의로 기소됐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