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은행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뉴욕과 런던 중 어느 곳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가 되느냐였다.

그러나 이젠 모두 지나간 일이 됐다. 오히려 어느 곳이 더 망가지느냐에 초점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뉴욕과 런던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가튼 교수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뉴욕과 런던의 경쟁자는 이제 서로의 상대방이 아니라 홍콩과 상하이로 대표되는 중화권 금융허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동쪽으로 중심이동을 하는 셈이다. 가튼 교수는 홍콩과 상하이를 합쳐 ‘상콩(Shangkong)’이라고 불렀다.

가튼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금융 중심인 뉴욕 월가와 런던 시티는 앞으로 수년간 금융위기의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재 유출 현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로 인해 높은 세금을 부과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 문화 교통 분야에 대한 투자는 축소될 우려가 높다. 인재를 끌어들일 만한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이 고전하는 동안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국가로는 중국이 꼽혔다. 가튼 교수는 “중국이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는 자본 상태가 건전한 세계 최대 은행들과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에 곧 상장될 대기업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영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동안 중국은 여전히 6% 이상의 고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점쳐졌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는 점 역시 중국의 부상을 돕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가튼 교수는 “상하이와 홍콩이 각종 조세 혜택 등을 앞세워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설 것”이라며 “영국과 미국이 조세와 각종 사회 인프라, 금융 규제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앞으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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