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활동가로 유명한 한비야 씨가 11일 우리나라의 `인색한' 해외원조 실태를 따끔하게 비판했다.

한 씨는 이날 서울대 문화관에서 가진 특강에서 "한국은 '사랑과 은혜의 법칙'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해외원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다'라는 희망의 증거였지만 지금은 국제사회에서 '잔인할 정도로 해외원조에 인색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다른 나라에 돈을 퍼주느냐'며 해외원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 정서를 그 원인으로 꼽은 뒤 국제구호활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서울대 총학생회가 마련한 이날 특강에서 수년간 분쟁과 기아로 허덕이는 제3세계 국가에서 구호활동을 하며 느낀 인류애와 세계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3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전했다.

그는 "어릴 때는 늘 강자가 약자를 누르는 '정글의 법칙'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구호활동을 하면서 '사랑과 은혜의 법칙'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상은 결국 이 두 가지 법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청춘은 너무 초라하다"며 "돈 많이 주고 폼나는 직업도 있지만 진정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고민해 보라"고 당부했다.

그는 "머릿속에 우리가 필요한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도 있는 세계지도를 펼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 시민이 돼 달라"는 말을 끝으로 1시간여에 걸친 특강을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