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책 지속 추진..노동계 반발로 난관

국제무대 활약도..경제위기 극복 관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16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안으로는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밖으로는 국제 문제의 해결사를 자임해 프랑스의 위상 변화를 실감케 한 초반과 달리 집권 중반기에 접어든 사르코지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전례없는 경제위기를 맞아 그의 정책에 반발하는 노동계의 대규모 파업 및 시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사르코지의 리더십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개혁 드라이브 속 지지율 하락 = 취임 초 사르코지 대통령은 역대 정권들이 손도 못댔던 공기업 특별연금, 세제, 주35시간 근무제 등을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잇따라 개혁했다.

공공부문 감축과 사법개혁, 미디어 개혁에서부터 각종 규제완화에 이르기까지 무려 300여건의 개혁안을 제시한 가운데 이를 관철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다짐한 개혁과제 가운데 77%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개혁안은 반발에 밀려 후퇴한 것도 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요일에 상점의 영업을 허용하는 법안과 고교 교육과정 개혁안 등은 일단 추진이 순연됐다.

작년 하반기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을 맡은 이래 그가 보여준 역동적인 외교 행보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당시 평화중재안 합의를 이끌어내 포성을 멎게 했고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정상들을 초청해 '지중해연합'(UPM)을 출범시켜 국제무대에서 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발 빠르게 금융위기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토대를 만들고 워싱턴과 런던에서 열린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세계 금융시스템 규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한 것도 그의 중재 덕분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정책과 국제사회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국민들은 그의 국정운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임 2주년에 즈음해 프랑스 언론들이 최근 잇따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 대통령의 그동안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국민은 28%에 불과한 반면 3명중 2명꼴로 그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사르코지도 저항에 밀려 개혁을 중도 포기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비판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이 관건 = 지난해 EU 순회의장을 맡아 인기를 회복하는 듯 하던 사르코지의 지지율이 다시 곤두박질친 것은 경제위기의 여파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들어 프랑스에서는 24만3천명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자 수가 244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실업률도 현재 8.2%까지 치솟았으며 내년 초에는 1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노동자들의 불만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지난 1월, 3월, 노동절 등 세 차례에 걸쳐 전국적인 총파업과 시위를 벌였으며 오는 26일과 내달 13일에도 다시 총파업에 나서기로 해 사회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동계의 동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EU 집행위는 물론 국제기구의 프랑스 경제전망은 암울해 사르코지에겐 악재가 되고 있다.

EU집행위 등은 프랑스가 올해 마이너스 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독일보다 더딘 경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다 그의 개혁정책에 항의하는 대학가와 공공부문의 반발 강도도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등교육을 살리기 위해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사르코지의 교육개혁안은 학생과 교원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심지어 잇단 시위로 수업이 중단돼 상당수의 대학은 3개월째 사실상 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퇴직자의 절반가량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무원을 감축해 예산을 줄인다는 계획도 노조의 반발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노동계의 소요로 사회불안이 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따라서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노동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면서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묘책을 찾는 것이 그의 남은 임기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현지의 정치분석가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개혁 의제에 더욱 내실을 기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프랑스가 경제위기에서도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야권 대항마 없어 = 사르코지 대통령이 노동계의 반발 등으로 지지도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개의치 않는 것은 야권에서 주목할만한 리더가 부상하지 않고 있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간 르 피가로가 전하고 있다.

내달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사르코지의 낮은 지지도와는 무관하게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분열상을 노정하고 있는 좌파 야당을 상대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임기 초 전면에 나서 개혁을 진두지휘했던 사르코지는 앞으로는 내치 문제에 직접 뛰어들어 비판을 한 몸에 받는 대신 각료들을 앞세우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경제 위기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온화하면서도 호의적인 이미지를 선보임으로써 차기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