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 모두 하루만 버티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차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인 6명 모두 건강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편입니다."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감염환자인 멕시코인 남성(25)이 잠시 투숙하는 바람에 격리조치된 홍콩섬 메트로파크호텔(維景酒店)에 7일째 갇혀 있는 한국인 이일환(53)씨는 7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를 통해 격리조치 해제를 하루 앞둔 투숙객들의 심정을 전했다.

현재 메트로파크 호텔에는 투숙객 206명 호텔직원 등 모두 283명이 7일째 격리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이씨를 비롯해 홍춘근(63)씨와 유지영(57)씨, 김모(54)씨 부부와 딸 등 한국인 투숙객 6명이 포함돼 있다.

호텔 투숙객들은 감염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격리수용 7일'이 되는 8일 오후 8시30분 격리에서 풀려나게 된다.

이날 오전 기자가 완차이(灣仔) 지역에 위치한 메트로파크호텔을 찾아가 보니 현관문 앞에는 마스크를 쓴 경찰관과 보건요원들이 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식료품 공급 등을 위해 현관문 앞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뒤 방호복을 입고 호텔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여전히 흰 천으로 가려진 1층 로비의 유리창에는 외부와 연락을 위해 투숙객들이 작성한 메모지가 수없이 붙어있기도 했다.

이씨는 오전 통화에서 "호텔 분위기는 매우 차분하다"면서 "일부 투숙객들은 벌써부터 짐을 싸는 등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보건 당국 관계자들도 아침 일찍부터 최종적인 건강진단을 위해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이씨는 밝혔다.

한국인 투숙객 6명의 건강상태도 비교적 양호하고 이씨는 전했다.

한국인들은 전날 저녁에는 홍콩한인회측에서 제공한 보쌈, 떡복이 등 한국음식으로 식사를 한 뒤 일부는 호텔 로비에서 열린 '생맥주 파티'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격리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숙객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자 홍콩 정부측은 매일 저녁 8시30분 호텔 로비에서 간단한 맥주파티를 열고 있다.

홍춘근씨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비교적 건강한 목소리로 "호텔 생활을 비디오와 사진으로 촬영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메트로파크호텔과 레이디 멕러호스 홀리데이 빌리지에 격리돼 있는 투숙객들이 8일 밤 풀려날 경우 시티가든 호텔 등 정부가 지정한 호텔에 이틀간 무료로 숙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홍콩 보건당국은 또 메트로파크호텔의 경우 투숙객들을 내보낸 뒤 곧바로 폐쇄조치를 하고 철저한 방역 작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