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방송과 신문이 6일 유명 인사의 피살소식을 관계자들에게 확인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고 내보냈다가 오보로 밝혀지면서 부랴부랴 이를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소동을 일으킨 언론사로서는 대단히 망신스런 일이었고, 골프를 치다 자신이 피살됐다는 뉴스를 들은 본인으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날 소동은 호주 언론으로부터 시작됐다.

호주 골드코스트의 지역신문이 이날 한 공장에서 경비원인 알렉산더 '샌디' 데이비의 피살된 사체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전했는데, 호주의 채널 10 텔레비전 방송은 이를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팀 골키퍼를 지낸 알렉스 '샌디' 데이비(63)와 혼동해 뉴질랜드 텔레비전(TVNZ)에 데이비 선수의 자료화면을 요청하면서 뉴질랜드에 때아닌 오보소동을 촉발시켰던 것이다.

TVNZ은 이날 정오 긴급뉴스를 통해 데이비 선수가 호주에서 피살됐다는 소식을 전했고, 뉴질랜드 헤럴드도 뉴스 웹사이트를 통해 이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데이비의 친구는 놀라 타우랑가에 사는 데이비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부인 수는 충격을 받고 남편이 아침에 골프채를 들고 향한 골프장으로 급히 전화 버튼을 눌렀다.

필드를 돌고 있던 데이비는 "골프를 치고 있는데 골프장 직원이 허겁지겁 달려와 '당신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당신이 피살됐다는 뉴스가 나온다는 얘기를 전해왔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에게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그런 뉴스가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그 뉴스가 나간 뒤 본인이 맞느냐고 확인하는 전화를 20여통이나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 부인과 함께 30여 년 전에 살았던 적이 있어 뉴스를 듣고 더욱 더 놀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TVNZ의 메간 리처즈 대변인은 어떻게 해서 이처럼 큰 오보가 일어날 수 있었는지 회사가 긴급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어쨌든 데이비 선수와 그 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축구협회의 제이미 스콧 대변인은 TVNZ 기자가 6일 오전 축구협회로 전화를 걸어와 직원에게 데이비 선수의 피살소식을 전해주었다면서 "협회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듣고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데이비는 영국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하다 뉴질랜드로 건너와 국가대표 골키퍼로 32차례나 국제경기에 참가한 적 있는 축구계의 원로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