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은퇴하는 데이비드 수터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임으로 법조인 출신이 아닌 외부 인물 기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실용 경향의 대법관을 지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 ABC방송 인터넷판은 3일 패트릭 레이 민주당 상원의원이 "수도원 밖에서 더 많은 대법관이 기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상원 법사위원장으로 대법관 후보 인준청문회를 주관하고 있다. 레이 의원은 "대법원에 1명의 여성만 있는 것은 미국식 짜임새를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여성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은 "신임 대법관이 반드시 판사나 변호사 출신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법관들이 매우 비슷한 경력과 인생 경험을 가졌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더 넓은 세상 경험과 다양성을 가진 사람을 후임 대법관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후보군에 오른 한국계 고홍주 예일대 로스쿨 학장의 발탁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는 시각이다. 고 학장은 지난 2일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후보 10명 가운데 이름을 올렸으며 3일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에서 9명의 후보(남성 2,여성 7명)에 포함됐다. 그는 법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없는 국제법 분야 전문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과거 법학계 동료와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법원 역할에 대해 제한적 관점을 가진 신중한 실용주의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료와 제자들은 오바마를 법원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대해 회의적 관점을 지닌 '최소주의자',사회의 권한을 배분하는 법의 기능에 관심을 지닌 '구조주의자'이면서도 특히 법원의 결정이 실생활에 조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실용주의자'라고 묘사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